가출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가출 기차 이야기!
지난 해 한국청소년상담원 연구팀이 초등학교 6학년생 88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447명(50.7%)이 ‘가출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가출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 되는 셈이다.한겨레아이들의 신작 동화 『가출 기차』는 일본의 대표적 아동 문학가인 아사노 아쓰코의 작품이다. 이 책은 기존의 동화에서 무겁거나 어둡게 다뤘던 가출이라는 소재를 조금은 밝고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아이들은 억울한 마음이 들 때 대문 밖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사쿠라코도 마찬가지다. 사쿠라코는 엄마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해명하려 했지만 엄마는 들어주지 않는다. 분한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온다. 어디로 갈지 언제 돌아올지 생각하지 않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만나는 기차가 바로 ‘가출 기차’다.
가출 기차는 독특한 판타지 공간이다. 첫째 가출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기차다. 둘째 가출을 했다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셋째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넷째 땅 위의 길만이 아닌 하늘도 달리고 바닷속도 간다. 사람 뿐 아니라 황조롱이도 타고, 산갈치도 탄다. 작가 아사노 아쓰코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탈 수 있는 가출 기차를 통해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씩 위로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엄마는 빵꾸똥꾸~!사쿠라코는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동생 안리를 보고 있는데 돌멩이 하나가 창문으로 날아들어 창틀에 있던 꽃병이 깨진다. 그 소리에 놀란 엄마가 달려오지만 사쿠라코가 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하는 사쿠라코의 해명은 들어보지도 않고 혼만 내는 엄마. 사쿠라코는 분한 마음에 가방을 싸서 집을 나온다. 그 길로 가까운 기차역으로 간 사쿠라코는 특이한 기차를 보게 된다. 바로 가출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가출 기차다. 공짜로 탈 수 있다는 소리에 기차에 오른 사쿠라코는 그곳에서 같은 반 친구 게이스케를 만난다.
가출 기차는 기존의 철길로 가는 기차가 아니다. 갑자기 하늘로 솟거나 바다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큰가지 역에서는 열심히 노력해도 다른 형제들보다 뒤진다는 이유로 칭찬 한번 받지 못한 ‘황조롱이’를 만나게 된다. 남보다 두세 배 노력했지만 아빠는 당연한 거라고만 말한다. 다들 이해받지 못한 황조롱이 아픈 마음에 공감을 한다.
이번에는 깊은바다 역이다. 그곳에서는 가만히 생각하는 걸 좋아하다가 혼나는 산갈치라는 물고기를 만난다. 사쿠라코도 가끔 멍하니 공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그 시간을 참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좀 더 장래에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하라고 종용한다.
아이들은 가출 기차 안에서 서로의 작은 상처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나누게 된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사이 억울했던 마음도 조금씩 풀어져 간다.
가출 여행이 계속되면서 사쿠라코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로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기차에 탄 아이들이 하나둘 그런 의문을 갖게 되자 기차는 더 이상 앞으로 달리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출 기차 일본 판타지 동화의 특징 중 하나가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넘다듦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가출한 아이들만 태우는 독특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출 기차』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설정해 놓은 가출 기차라는 독특한 판타지 공간은 어딘가에 있을 법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출 기차는 가출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그러나 가출 기차가 아이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로 데려다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소한 상처를 나누는 공간으로 역할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기차는 가출한 아이들이 있어야만 운행할 수 있는 기차다. 아이들이 집을 나오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가출 기차 안에서 자신이 겪은 속상함에 대해 하나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치유되어 간다. 결국 아이들이 원한 것은 엄마나 아빠의 잔소리가 없는 공간에서의 새로운 삶이 아닌,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서 따뜻한 이해를 받고 싶었음을 가출 기차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