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거울>,
<시선> 같은 맑은 글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원성 스님이 쓴 첫 소설. 자신의 강원 수행자 시절 첫 1년 동안에 있었던 일을 30개의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강원'이란 행자 생활을 마친 스님들이 종단의 계를 받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4년 간의 교육과정으로, 군대보다 규율이 엄하다고 해서 '스님들의 사관학교'로 통한다.
소설은 원성 스님의 자화상 격인 주인공 지원 스님이 열 여덟 살에 총림사 강원에 방부를 들이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님은 이곳에서 열 네 명의 '도반'을 만난다. '도반'은 선도의 길을 함께 공부하는 동반자란 뜻. 천재 동자승 혜솔스님, 별명이 '철판'인 뚱뚱보 각인스님, '괴물' 광진스님, '서울 깍쟁이' 무량스님, 환갑에 가까운 노익장 지문스님 등 재능이 풍부하고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의 묘사가 생생하다.
이 초보 스님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과정에선 사소한 실수나 오해, 미움과 갈등이 빚어진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며 마음의 자리를 넓혀가는 모습은 마음을 잔잔하게 물들인다. 일반인들이 얼핏 생각하기엔 하루종일 딱딱한 불교경전을 외우고 예불이나 할 것 같은 스님들의 일상생활에도 웃음과 낭만의 여유가 있고 다툼과 화해의 인간적 면모가 숨어 있음이 드러난다.
스님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실수를 저지르고 때론 단체기합을 받는다. 어떨 땐 화도 내고 욕심도 부리고 이기적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아이처럼 물장구를 치고 눈싸움을 즐긴다. '엄숙하고 경건한' 모습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자기를 비우고 한 사람의 수행자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과장되지 않게 그려낸 점이 책의 매력. 그래서 더 정겹고 와닿는다.
책을 위해 1백여 편의 그림을 직접 그리기도 한 원성 스님은 원고를 탈고한 직후 그림 공부를 위해 영국 유학을 떠났다. 당분간 그림에 정진한 뒤, '도반' 2, 3, 4학년의 시절도 소설로 쓸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