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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상급
류주현 (지은이)나남출판
464쪽151*225mm
책소개
'나남창작선' 119~121권. 아시아 자유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가 류주현의 실록대하소설로, 일본의 침략기구였던 통감부와 총독부를 중심으로 그 잔학한 침략과 수탈상을 묘사하였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쓰는 긍지 높은 이념을 가진 가상의 인물(박충권과 윤정덕)이 등장하지만 둘을 제외하고는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여 현실감을 높였다.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약 2,000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 한국.일본.중국.동남아에 이르는 광범한 무대, 입체감 있는 사건 배치로 한국 역사를 조명하였다.
소설은 역사적 맥락을 조명하면서도 의기 있는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연면히 계승하는 민족적 저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침략을 묘사하되 그 비인도적 정책을 규탄하는 데 핵심을 두고, 사사로운 원한에 사로잡힌 보복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역사서에 기술되지 않은 인간 내면을 묘사하였다.
책속에서
인간이란 때로는 형편없이 당돌한 경우가 있다. 알피니스트를 보면 6척 미만의 체구로 태산泰山에 도전한다. 그것은 슬기보다 야심이며 천품의 재능이 아니라 정상을 향한 당돌한 도전이다. 나는 이 작품에서 작가가 아니라 알피니스트의 자세였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 절간에 불을 질렀다는 고사가 있다. 1919년 봄, 내 조부의 50... 더보기
인간이란 때로는 형편없이 당돌한 경우가 있다. 알피니스트를 보면 6척 미만의 체구로 태산泰山에 도전한다. 그것은 슬기보다 야심이며 천품의 재능이 아니라 정상을 향한 당돌한 도전이다. 나는 이 작품에서 작가가 아니라 알피니스트의 자세였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 절간에 불을 질렀다는 고사가 있다. 1919년 봄, 내 조부의 50칸 집은 원인 모를 화염에 휩싸였다. 나중에 화인火因이 밝혀졌다. 조부가 반일 항거의 과격파라고 해서 앙심을 품은 어느 일경日警이 집에다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했다.
나는 그 2~3년 후에 태어나, 세 살 때에 실향 유랑민이 된 어머니의 등에 업혀 서울로 올라왔다. 성장한 나는 작가가 됐다. 도전할 산봉山峰을 찾다가 조선총독부라는 거대한 대상과 부딪쳤다.
붓을 들고 여러 번 망설였다. 한라산 산록에 서서 그 우람한 산세와 아득한 정상을 보는 것처럼 좌절감으로 현기증이 일었다. 그러나 나는 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매질했다. 당돌한 도전이지만 한 작가로서 필생의 작업으로는 조선총독부만큼 우리에게 처절하고 또 경건한 ‘인간의 역사’가 달리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 수법이 조선총독부라는 거대한 주체를 대상으로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수용함으로써 인물 개체보다는 그 집단과 행적에다 앵글을 잡고 실존 인물들을 실명 그대로 등장시키는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
작품의 의도는 처음부터 명확하다. 1900년 초, 대한제국 멸망의 전야로부터 시작해서 1945년 일본제국이 멸망하는 순간까지의 우리 시공에 군림했던 조선총독부와 일본인과, 그리고 한국인과 한민족에 관련된 동서양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을 대상으로, 현대의 잔혹하고 슬픈 ‘인간의 역사’를 부릅뜬 눈으로 응시하고 파헤치고 형상화하는 것과 비장한 씨름을 했다.
- 1권 접기![]()
―조선의 벗이여. 당신들은 민족의 독립을 항상 그 믿지 못할 변화무쌍한 정치에다만 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불멸의 독립이 그 예술에서 이미 훌륭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이제야말로 영원한 것에 마음을 쏟을 중요한 때가 왔다. 무엇 때문에 물려받은 미美의 혈액을 더욱 따뜻하게 하려 하지 않는가. 시험 삼아 ... 더보기
―조선의 벗이여. 당신들은 민족의 독립을 항상 그 믿지 못할 변화무쌍한 정치에다만 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불멸의 독립이 그 예술에서 이미 훌륭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이제야말로 영원한 것에 마음을 쏟을 중요한 때가 왔다. 무엇 때문에 물려받은 미美의 혈액을 더욱 따뜻하게 하려 하지 않는가. 시험 삼아 생각해 보라! 아크로폴리스(Acropolis)의 기둥은 쓰러져 있다. 나라는 벌써 그것을 세워 일으킬 기력을 잃었다. 그러나 쓰러진 그 기둥의 한 조각이 루브르(Louvre)에서 불멸의 광채를 떨치고 있다.
조선의 벗이여, 소리도 없는 재 속에는 아직도 그을린 불길이 남아 있다. 바라건대 그것을 높이 들고 심정의 등불을 밝히라. 그리하여 일찍이 옛사람들이 한 것처럼 그 민족의 예술로 다시 돌아가라. 조국의 운명을 유구하게 하는 힘이 예술에 있음을 굳게 믿으라. 멸하지 않는 힘이 미美 속에 깃들어 있다고 굳게 믿으라. 칼은 약하고 미는 강하다. 이 보편 불멸의 원리애原理愛로 모든 민족은 굳은 신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2권 접기![]()
이제, 너무도 괴롭고 지루하던 암흑과 굴욕의 세월은 갔다.
동해엔 아침마다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앞으로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大韓이다. 병들어 있는 대한사람들은 지금 눈이 부셔서 앞을 못 보고 어리둥절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어둠에 익혀온 시력은 한동안 찬란한 직사광선 앞에서 그 기능을 발휘 못할 것이다.<... 더보기
이제, 너무도 괴롭고 지루하던 암흑과 굴욕의 세월은 갔다.
동해엔 아침마다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앞으로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大韓이다. 병들어 있는 대한사람들은 지금 눈이 부셔서 앞을 못 보고 어리둥절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어둠에 익혀온 시력은 한동안 찬란한 직사광선 앞에서 그 기능을 발휘 못할 것이다.
할거割據될 군웅群雄, 예견되는 혼란, 극복해야 할 시행착오, 밀어닥칠 데모크라시와 함께 이 땅을 휩쓸 방종의 물결, 당분간 그런 상황과 눈부신 태양빛 아래서 적응하려면, 너 나 없이 새로운 눈과 의지와 슬기가 배양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용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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